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 마당으로 기차가 지나던 곳
- 리뷰/여행
- 2018. 5. 4.
예전에 다른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글을 옮겨보려고 합니다. 2014년도에 다녀온 여름휴가였습니다. 우연히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의 사진을 보고 저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이미 내일로를 신청할 나이가 막 지났을 때라 그냥 제 돈으로 다녀왔습니다. 내가 사는 대구에서는 군산이 너무 먼 거리라 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울로 가서 서울구경을 하고 군산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대구에서는 군산까지 다섯 시간이 넘는 거리이지만 서울에서는 버스로 2시간 반이면 다녀올 만큼 가까운 거리입니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센트럴시티에서 군산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습니다. 군산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리면 걸어서 갈수 있는 거리에 경암동 철길마을이 있습니다. 다음 지도나 네이버 지도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3박 4일의 여행 짐을 꾸려 와서 짐이 너무 무거웠는데 마침 경암동 철길마을 근처에 이마트가 있어서 이마트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넣어두고 가볍게 경암동 철길마을로 향했습니다. 차를 가져오면 이마트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경암동 철길 마을은 사람이 사는 동네를 지나야 해서 느린 속도로 기차가 지나갈 때는 역무원들이 기차 앞에서 호루라기를 불고 고함을 쳐 사람들의 통행을 막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주민들은 마당에 널어놓았던 고추나 빨래들을 들여놓고 키우던 애완동물들도 집으로 들였다고 하는데요, 제가 갔던 해에는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고 마당에 개와 고양이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고추도 여전히 말리고 있었고요, 키우는 화분들도 햇빛을 받으러 나와 있었습니다. 2008년까지는 기차가 다녔다고 하는데 여전히 기차가 다녔더라면 대만의 스펀이나 진해의 경화역같이 기차가 지나는 관광지로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곳 경암동 철길마을은 사실 기차가 오면 집으로 들어가는 것 말고는 피할 곳이 없어서 그렇게 되긴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제가 다녀왔을 때는 아직 관광지로 다듬어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아직 살던 사람들의 세간살이들이 밖에 나와 있고 나름대로 정원을 꾸미기도 했고요, 낡은 느낌의 집들이며 창고들이 도시화한 철길마을 주변과 대조되는 모습에 더 특색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현재의 사진들을 찾아보니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서인지 소품을 판매하거나 먹거리들을 판매하는 상점들로 바뀐 집들이 많았습니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볼거리들이지만 관광지가 선정되면 바뀌는 모습들이 하나같이 같은 모습이라 특색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녹슨 기찻길 옆에 고추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나름대로 마당역할을 하는 예쁜 꽃들도 심겨 있습니다. 철길이 쭉 이어져 있어 사진 찍기에도 너무 좋고 우리가 갔던 날엔 사람들도 많지 않아서 조용하게 여러 번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더 조용히 하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남자가 사랑할 때 촬영지라고 하지만 둘 다 저는 안 본 것들이네요. 그냥 철길마을이 특이하고 예뻐서 온 것입니다. 요즘 도시의 정형화된 디자인의 건물들만 보다가 낡은 집들과 판자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집인지 창고 같은 건물들을 보고 있으면 한참을 바라보게 됩니다. 드라마 세트장에 와있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낡고 녹슨 옛날 자전거도 관광지의 특색있는 모습에 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관광지를 미리 살펴본 것은 정말 잘한 일 같습니다. 이곳이 유명해지면 결국 뻔한 관광지로 거듭나겠지요.
철길마을의 나무터널 같은 곳도 인상적입니다. 마을 주민들이 꾸민 것일까요, 늘어져 있는 고추들마저도 인상적인데요, 이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겠지요.